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무수한 벚꽃잎이 피었다가 이내 떨어졌어요. 겨우 내 꽁꽁 싸메고 다닌 게 엊그제인데, 거짓말처럼 변한 날씨가 참 신기합니다. 가벼워진 옷차림 만큼이나 마음도 어딘가 들떠서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손 마저도 가벼워진 느낌이 납니다. 실은 어쩌면 오늘 레터의 주제이기도 한 새로 산 키보드 덕분일지도 모르겠지만요. ☺️

순식간에 온 봄 덕분에 그래도 요즘은 산뜻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어 참 좋아요. 날씨의 변화에 좌지우지되는 기분이 조금은 억울하기도 하지만, 길지 않은 봄을 모두 만끽하며 행복한 매일이길 바래 봅니다.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라며, 레터를 시작해 볼게요, 

모름지기 뭘 시작하더라도 장비가 좋아야 더 효율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는 글을 쓰기 시작하며 키보드에 제대로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단순한 입력 장치로 보이지만 키보드를 두드릴 때의 키감과 압력, 그런 것들이 손의 피로를 줄여주기도 하고, 키보드 누르는 즐거움에 일이 더 즐거워지고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고 서걱서걱 집 안에 울려퍼지는 키보드 소리가 ASMR처럼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하더라구요. 그렇게 키보드의 세계에 입문한 저는 며칠 밤낮 유튜브의 세계에서 마음에 드는 키보드 소리를 찾기 시작해 타건샵을 다니며 사고 싶은 키보드를 추렸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도 꽤 가격이 나가기도 하고 막상 타건을 해보면 기대했던 느낌과 달라 쉽사리 사지 못하던 몇 달 간이었는데요. 어느  날 우연하게 운명의 키보드를 만나게 되었어요. 

바로 씽크웨이 토체티 저소음 적축 웜톤베이지였습니다. 살짝 먹먹함을 머금은 소리와 채도 낮은 키보드의 색감에 반해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말았는데요.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키감에 요즘은 어떻게 해서든 키보드를 두드릴 일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한번 마음에 쏙 드는 키보드를 만나고 나니 또 다른 키보드들을 만나고 싶어지는게 문제라면 문제일까요.

그래서 오늘은 키보드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영상들과 다소 생소한 용어의 정리, 그리고 계속 눈독들이고 있는 키보드까지 소개해 보려 합니다. 아, 먼저 최근에 새로 산 제 키보드부터 구경해 주시구요! 😍

제가 좋아해 마지않는 디에디트에서 꽤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는 키보드 리뷰 영상입니다. 예쁘고 또 소리가 깔끔한 키보드들을 엄선해서 소개하는 영상인데요. 썸네일만 봐도 아름다운 자태의 키보드들이 넘쳐나고 있어 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답니다. 초반에 키보드의 세계에 입문할 때 많이 참고했던 영상이에요. 하지만 이제 단종되어 구할 수 없는 제품들도 있어서 눈물을 머금어야 하기도 했답니다.

위의 영상들에서 소개한 키보드들과 또 제 마음에 품고 있는 키보드들을 소개합니다.

사진 출처 - 디에디트 

🍑해피해킹 시리즈

세상은 넓고 키보드는 많지만, 키보드하면 떠올리게 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해피해킹이라는 앙증맞은 이름을 가진 키보드인데요. 약 20~30만원을 훌쩍 상회하는 가격으로 일명 키보드 계의 에르메스라고도 불리는 이 키보드는 장난감을 닮은 귀여운 색감과 독특한 배열과 키감으로 사랑받고 있어요. 입문자 용이라기 보다는 키보드의 끝판왕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요. 조금은 호블호가 갈릴 수 있는 키감이라고 해요. 저도 타건을 해보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조금 아쉽긴 했었거든요. 하지만 외관만큼은 첫 눈에 반하지 않을 수 없는 키보드라 여전히 마음 속에 품고 있답니다. 

바밀로 VA108Mac V2 밀키 화이트

한성컴퓨터 GK868B 무접점 키보드

⌨️ 기계식 키보드

보급형 키보드의 멤브레인 방식과 달리 각 키마다 개별적인 스위치를 장착해, 동시입력이나 정확한 입력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식 키보드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활용 축으로 구분지어져요.

⌨️ 적축

사무용으로 많이 쓰는 방식. 타건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도 있지만 소음은 적고, 가볍게 눌러도 입력이 잘 되는 방식이에요. 도각도각 서걱서걱한 소리로 취향을 타는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입니다. 

⌨️ 청축

기계식 키보드, PC방 키보드! 했을 때 떠오르는 바로 그 키보드입니다. 딸깍거리는 클릭음으로 손가락이 키를 눌렀을 때 명확히 알려주기 때문에 입력이 정확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하지만 다른 스위치들에 비해 저항이 큰 편이라 가볍지만 통통 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손에 착 붙는 느낌의 키감을 좋아한다면 청축을 추천해요.

여러분은 무서운 아야기 좋아하세요?

저는 뉴스레터 초반에도 소개했던 것처럼 심야괴담회를 매우매우x100 사랑하는, 무서운 이야기를 꽤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최근에는 심야괴담회가 시즌을 종료하면서 6월만을 바라보고 있어요. 슬픔도 잠시, 이 텅 빈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여러 유튜브를 전전하다 정착을 했습니다. 바로 [돌비공포라디오]라는 채널이었어요. 

구독자 48만명을 자랑하는 이 채널은 일명 라디오 DJ의 역할을 하는 돌비라는 유튜버가 시청자들에게 사연을 제보받고, 전화 통화를 통해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돼요. 시청자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 일명 시들무의 세계에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가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돌비 공포라디오는 오랜 시간 진행된 만큼 각양각색 사연이 모여있어요. 그 중 이름하야 "돌벤져스"라고 불리우는, 돌비 공포라디오의 공포를 책임지는 4명의 시청자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영화를 방불케 합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레전드로 꼽히는 돌벤져스의 썰들과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들었던 사연들을 몇가지 추천하려는데요. 무서운 썸네일로 깜짝 놀랄 수 있어 텍스트 링크로 대신해 보아요 ☺️

현재는 업데이트 되고 있진 않지만 아스라님은 다양한 심령 스팟을 촬영하러 다니며 겪었던 일들을 자세하게 풀어주어 한층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데요. 이미 많이 알려진 곤지암 병원에 직접 촬영을 갔다가 겪었던 썰부터, 인터넷상에선 꽤 유명했던 홍대 놀이터 저주인형까지. 키워드만 봐도 궁금증을 자극허는 소재들을 담담하게 이야기 합니다. 아스라님은 3시간 모음이 몇개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썰들을 풀어주었기 때문에 한번씩 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미다

그리고 심령과 관련된 썰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름돋는 이야기, 현실 공포 장르를 담당하고 있는 "동네꼬마"님의 이야기는 쫄깃하고 실감나는 연기로 인기인데요. 그 외에도, 레전드 공포썰 7시간 모음 등이 있어 일을 하면서 듣다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흐른답니다. 부쩍 가까워진 여름에 오싹함이 필요하다면 들어보세요. 의외로 잠잘 때 들어도 솔솔 잠이 올 거에요. 

• 아스라님 레전드 공포썰 모음 3시간 30분 몰아듣기
• 실제 귀신 보는 사람들이 뽑은 Top 9 레전드 공포썰 모음
• 동대문구 사람이 가면 안되는 술집 

최근은 유튜브나 OTT를 보느라 TV 예능을 볼 일이 사라진 와중에, 오랜만에 나 혼자 산다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어요. 한참 빠져서 보던 프로듀스 101로 처음 얼굴을 익히고, 드라마 [멜로가 체질]과 [청춘시대2]로 인지하기 시작한 배우 이유진이 나왔습니다. 저에게는 나름 알려진 배우였기에 여느 출연진들처럼 멋진 일상의 모습이나 친구와의 만남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그가 배우인 친구와 함께 향한 곳은 철거 현장이었습니다. 건축 자재들이나 설치되었던 가벽을 제거하는 현장에서 고된 일을 능숙하게 하고, 고물 철거를 위해 리모컨을 분해하고, 파지를 트럭에 싣고 350kg의 파지로 3만원 남짓의 돈을 받아 시장에서 먹을 것을 사오는 모습은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냥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고되보이는 육체 노동을 하는 모습도 놀라웠지만 또 한번 놀랐던 것은 그 모든 것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였습니다. 일을 끝내고 시장에서 산 약간의 먹을 거리와 함께 간단한 레시피로 수제 칵테일을 만들어 나름의 분위기를 만들며 저넉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저에게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늘 화려하고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 누군가는 부러워할 만한 것들을 세상에 내놓고, 그것들이 유행을 만들어내는 것에 익숙했던 요즘의 모습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술 한 잔으로 털어내고 새로운 다짐을 하며,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그 모습은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마음을 건드리는 것 같기도, 값진 노동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또 화려한 줄만 알았던 그 이면에 비춰지지 않았던, 어느 곳에나 있을 누군가의 노동에 대한 경외심 같은 것도 생겨났고요. 그러면서 그런 값진 노동을 잊고 살아온 그간을 반성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값비싸고 대단한 게 아니라 내거 온전히 음미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만족이고 행복이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잊게 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간만에 큰 울림을 준 에피소드였습니다. 또 꿈을 좇는 누군가의 여정은 그 자체로도 감격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에 레터에 담아보았습니다.